TV나 유튜브를 보면 강아지가 자기 이름을 듣고 주인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강아지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런데 고양이는 조금 다르다.
이름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 집 고양이 양식이도 그렇다.
"양식아~!"
분명 내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반응은 참 제각각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고양이도 정말 자기 이름을 알아들을까?

1. 이름을 부르면 귀만 쫑긋하는 양식이
우리 양식이는 이름을 부른다고 무조건 달려오는 고양이가 아니다.
"양식아~!"
하고 부르면 귀를 쫑긋 움직일 때가 있다.
'오? 알아들었나?'
싶어서 다시 불러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루밍을 시작한다.
어쩔 때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다가도, 그냥 소리가 나니까 쳐다본 건가 싶기도 하다.
강아지처럼 뚜렷하게 반응하지 않으니 집사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양식아,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2. 고양이도 자기 이름을 구별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고양이가 자기 이름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가 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고양이에게 여러 단어를 들려준 뒤 자기 이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일부 고양이는 다른 단어를 들었을 때보다 자기 이름을 들었을 때 더 뚜렷하게 반응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고양이들이 반드시 울거나 사람에게 다가오는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귀를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작은 행동이 주로 관찰되었다.
즉, 고양이가 이름을 듣고도 달려오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이름을 모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알고 나니 양식이가 귀만 쫑긋 움직이던 모습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양식이도 자기 이름을 구별하고 있는 걸까?
물론 실제로 양식이가 이름을 알아듣는지는 이 행동만으로 확신할 수 없다.

3. 높은 목소리로 부르면 반응이 달라질까?
예전에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고양이가 낮은 목소리보다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집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빠가 양식이를 부를 때보다 내가 목소리를 한껏 높여 부를 때 양식이가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양식아아아~!"
평소 목소리보다 훨씬 높게, 마치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것처럼 살랑살랑 불러본다.
그러면 양식이가 귀를 움직이거나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말을 걸 때 평소보다 목소리의 높낮이를 높이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것만으로 모든 고양이가 높은 목소리를 더 잘 알아듣는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양식이가 내 목소리에 더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목소리 높이 때문인지, 평소 나와의 관계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양식이에게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4. 간식 앞에서는 이름을 부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다.
평소에는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시큰둥한 양식이가 간식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간식을 주려고 하면 굳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어느새 내 발밑에 와 있다.
'아니, 양식아. 아까는 그렇게 불러도 안 오더니?'
이럴 때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집사가 부를 때는 귀만 쫑긋하던 고양이가 간식이 등장할 때는 누구보다 빠르다.
역시 우리 양식이는 자기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는 고양이인 것 같다.
이름을 알아듣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이런 시크함마저 사랑스러운 것이 고양이의 매력 아닐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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