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고양이에게 간택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웃겼다.
사람이 고양이를 입양하는 거지, 고양이가 사람을 선택한다니. 그냥 집사들이 귀여워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식이를 만나고 나서는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양식이를 선택한 건지, 양식이가 나를 선택한 건지 잘 모르겠다.

1. 아파트 화단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
양식이와의 첫 만남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영화처럼 비 오는 날 길에서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한 것도 아니었고, 아주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파트 화단에서 마주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양식이는 내가 나타나면 어디선가 달려왔다. 그리고 내 다리 주변을 맴돌며 몸을 비볐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마주칠 때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점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몸을 비비는 그 작은 행동이 생각보다 사람 마음을 많이 흔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이미 나는 양식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 같다.
2. ‘간택’이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양이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오거나 인연이 되어 가족이 되는 것을 두고 ‘간택당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예전에는 그 말을 그냥 재미있는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양식이를 만나고 나니 왜 그런 말을 사용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 중 내가 지나갈 때 달려와 다리에 몸을 비비고, 나를 경계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양식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특별한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얘가 왜 나한테 이러지?”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양식이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 나와 양식이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3. 귀여운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
처음에는 양식이가 그저 귀여웠다.
하지만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산다는 것은 밖에서 예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밥과 물을 챙겨야 하고 화장실을 관리해야 한다. 털 청소도 해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함께 놀아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하루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시간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고양이를 입양한다는 것은 ‘너무 귀여우니까 데려와야지!’라는 마음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양식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살면서 하나씩 배우게 된 것이 훨씬 많다.
4.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우리 가족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된 양식이는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
처음 아파트 복도에서 만났던 작은 고양이가 지금은 집 안에서 자기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평소에는 시크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마이웨이 고양이지만, 가끔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때 복도에서 내 다리에 몸을 비비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내가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의 우리 일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5. 어쩌면 정말 내가 간택당한 걸지도
양식이와 처음 만났을 때는 이 고양이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복도에서 나만 보면 다가오던 고양이 한 마리였다.
그런데 그 작은 만남이 이어져 결국 한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분명 손이 많이 간다. 귀찮을 때도 있고 걱정할 일도 생긴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함께 살고 싶은 존재가 생겼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 “고양이에게 간택당했어요”라고 말하면 나는 웃지 않는다.
오히려 속으로 생각한다.
‘나도 양식이한테 간택당했으니까.’
처음에는 내가 양식이를 데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모르겠다.
양식이가 먼저 나를 자기 집사로 선택해 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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