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고양이에게 간택당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고양이 집사들의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양식이를 만나고 나서 그 말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거창한 사건은 없었지만, 아파트 복도에서 제가 나타날 때마다 어디선가 달려와 다리에 몸을 비비던 그 작은 몸짓이 결국 저를 집사로 만들었습니다. 간택이 꼭 극적일 필요는 없더라고요.

첫 만남 — 극적이지 않아도 간택은 간택이다
고양이의 사회화(socializ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화란 고양이가 성장 과정에서 사람이나 다른 동물과 교류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생후 2~7주 사이가 이 사회화의 결정적 시기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시기에 사람 손을 자주 탄 고양이일수록 이후에도 먼저 다가오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제가 키우는 고양이 '양식이'도 그런 경우였는지 모릅니다. 처음 마주쳤을 때 제가 특별히 먼저 손을 내밀거나 간식을 꺼낸 게 아니었는데, 그 녀석은 거리낌 없이 제 발 앞에 와서 앉았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 순간이 얼마나 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지, 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택'이라는 표현을 낭만적으로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이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고양이가 보내는 신뢰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애착 행동(attachment behavior), 즉 고양이가 특정 대상에게 반복적으로 접근하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행동은 그 대상을 안전한 존재로 인식했다는 의미입니다. 매번 저를 찾아와 다리에 몸을 비비던 양식이의 행동이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입양 결정 — 설렘만으로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양식이를 집으로 데려오기 전, 솔직히 충분히 고민했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귀여움에 눌려서 조금 서둘렀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부분을 더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입양을 결정하기 전에 제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지금 어미나 형제 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지, 이미 돌봐주는 캣맘·캣대디가 있는 중성화 관리 개체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TNR(Trap-Neuter-Return), 즉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관리 방식이 이미 적용된 개체라면, 오히려 그 자리에서 지역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려오려는 사람 쪽의 여건이 됩니까. 주거 환경이 허용되는지, 알레르기나 건강 문제는 없는지, 장기 출장이나 이사 계획은 없는지. 이런 것들이 고양이에게는 생사가 갈리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체크리스트를 처음부터 꼼꼼히 챙겼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공존 — 함께 산다는 것이 가르쳐 준 것들
시골 환경에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영상들을 보면, 반려묘(companion cat)와 길고양이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려묘란 사람과 지속적인 동거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고양이를 말하는데, 실제로는 완전 실내묘, 실내외 혼용, 관리받는 외묘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제가 직접 양식이와 살아보면서 느낀 것은, 고양이가 집 안팎을 자유롭게 오갈 때 생기는 안락함과 번거로움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발자국이 남고 모래가 흩어지는 건 분명 귀찮은 일인데, 이상하게도 그 흔적들이 싫지 않습니다. 함께 산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거든요.
고양이와 공존한다는 것은 결국 그 고양이의 리듬을 존중하면서 제 일상도 조금씩 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양식이 덕분에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게 됐고, 외출 전에 꼭 한 번 더 집 안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게 제가 변한 건지, 양식이가 저를 길들인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길고양이가 자꾸 저한테만 오는데, 이게 간택인가요?
A. 고양이 행동학적으로는 애착 행동의 초기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대상에게 반복적으로 다가오고 몸을 비비는 행동은 그 대상을 안전하게 인식한다는 표현입니다. 다만 그것이 즉시 입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의 현재 생활 환경과 본인의 여건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Q. TNR된 길고양이도 입양할 수 있나요?
A. 가능하긴 하지만, TNR 개체는 이미 지역 사회 관리 체계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TNR(Trap-Neuter-Return)이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후 원래 자리에 돌려보내는 개체군 관리 방식입니다. 해당 고양이를 관리하는 캣맘·캣대디나 지역 동물 보호 단체에 먼저 연락해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고양이 입양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나요?
A. 제가 경험하고 나서 중요하다고 느낀 항목들이 있습니다. 주거지 내 반려동물 허용 여부, 가족 중 알레르기 여부, 장기 출장이나 이사 계획, 그리고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불확실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것이 고양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Q.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영역 표시를 너무 심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영역 표시 행동이 과도하게 나타날 때는 중성화 여부와 스트레스 요인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의사와 상담해 행동 교정 방법을 찾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환경을 조금씩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나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새 가구나 다른 고양이 냄새 같은 외부 자극이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결론
간택의 순간은 분명히 특별합니다. 하지만 제가 양식이와 살면서 점점 더 확신하게 된 것은, 그 순간보다 그 이후의 선택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고양이가 먼저 마음을 열어왔다면, 그에 응답하는 방식은 설렘이 아니라 책임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택받으면 당연히 데려와야 한다'는 시각도 있고, '길에서 사는 게 더 자유롭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도 무조건 맞다고 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고양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리고 데려오려는 사람이 끝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입니다. 모든 고양이가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입니다.